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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파크원] 건축가는 꼭 가봐야할 건축 디테일 맛집

건축_HAJA/답사_HAJA

by HAJA 2022. 4. 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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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나가면서 붉은색의 크레인이 노출 돼 있는것을 보며, 왜 짓다 말았지 하며 궁금해 했던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이 요즘 핫한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이 있는 parc.1이었다니.
쇼핑과 전시회 관람을 겸한 건축 답사를 가기로 했다.

출처 : c3 Korea (좌), Parc1 공식홈페이지 (우)

/ 건물 간략한 개요

  • 구성 : 업무타워 2개, 쇼핑몰 1개, 호델타워 1개
  • 용도 : 업무시설, 숙박시설, 판매 및 영업시설
  • 설계 : 리차드 로저스, 삼우건축, 시아플랜건축
  • 건설 : 포스코 건설
  • 시행 : Y22 프로젝트 금융투자
  • 착공 : 2007년 6월
  • 준공 : 2020년 7월 21일


/ 답사 포인트
1. 구조와 설비 : 드러내다
2. 곳곳에 숨은 디테일 : 디테일 변태 리차드 로저스
3. 공간 조닝과 동선 : 전통적인 업무타워, 백화점, 호텔구성
4. MD : 개인적으로 아쉬움


1. 구조와 설비 : 드러내다


디자인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리차드 로저스는 구조와 디테일에서 시작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보면 실제로 공간 구성에 대한 스케치보다는 디테일에 대한 스케치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의 아이디어는 짧게 말하면 정말 쉬운 개념이다. '구조와 설비를 바깥으로 내보내서 내부 공간의 사용을 극대화한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인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부터 일관적으로 건축디자인에 적용해왔던 개념이다. 내부 공간 활용성의 면에 있어서 최고의 개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직원들이 갈리면서 피땀눈물을 흘렸을 것이 예상된다.

/ Mega Column
두 개의 초고층 오피스동에서는 붉게 칠해진 메가칼럼(Mega Column) 구조가 돋보인다. A동과 B동 각각 69층과 53층으로, 건물 내부를 최대한 비워서 자유로운 공간활용이 가능하도록 네 귀퉁이를 8개의 고강도 철강 기둥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 기둥이 횡력에 저항할 수 있도록 유리 안쪽의 메가 브레이스(Mega Brace) 메가칼럼을 지지하며, 중앙에 RC 구조의 코어를 배치했다. 이 기둥들을 붉은색의 방청도장으로 도장했다. 여의도의 스카이라인과 이 붉은색 수직 라인이 잘 어울린다. 단청을 표현했다는 도시미관상의 명분보다는 사실 그냥 예뻐서 한 것 같다. 참고로 붉은색은 리차드 로저스가 구조물에 자주 사용하는 색상이다.

출처 : CNP 동양 홈페이지 (좌), C3 Korea (우)

앞에 언급한 RC 코어와 메가칼럼, 메가 브레이스를 제외하면 오피스 내부에는 다른 기둥이나 벽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길게 이어진 창문을 통해 막힘없는 여의도 뷰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입주자가 벽이나 별다른 장애물 없이 내부를 마음대로 꾸밀수 있다.

출처 : Parc1 공식홈페이지
정말 넓어서 광활해보임. 참고로 천장고는 3m. / 출처 : officefind (좌), Parc1 공식홈페이지 (우)

/ 크레인 인장구조
언젠가 근처에서 밥을 먹다가 이 건물 상부에 언뜻 보이는 크레인을 보고 "왜 짓다 말았지?" 하며 친구들과 장난스레 말한적이 있다. 그런데 이 구조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쇼핑몰 5, 6층에는 사운드 가든이라는 대공간이 기둥 하나 없이 천창으로 둘러싸여있다. 천장의 유리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엄청난 대공간 안에 실내 정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축구장 크기는 족히 되 보이는 이 공간의 천장을 어떻게 지지하고 있는거지? 비밀은 이 크레인에 있다. 쇼핑몰의 꼭대기 층에 있는 크레인이 천장을 위로 당겨 외부의 바닥에 지지점을 걸어서 당기는 것이다.

 

 

이 구조물들 덕분에 실내의 대공간에 형성된 실내정원의 규모와 아름다움이 이 건물을 더욱 랜드마크로 인지할 수 밖에 만든다. 그의 건축 풍조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의 이념을 표현함에 있어서 가히 천재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큰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서 모든 설비와 구조를 과감하게 노출한다는 개념 자체는 단순하지만 거기에 쏟았을 설비, 구조, 건축 모든분야에서 흘렸을 피땀 눈물이 느껴진다.


2. 곳곳에 숨은 디테일 : 디테일 변태 리처드 로저스


여의도 파크원은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습식 공사 대신 건식공법을 사용했다 (업무타워의 코어 제외). 공장 제작해온 자재들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다. 때문에 건물 내 외부 곳곳에 이음새, 연결철물, 텐션 바 등이 많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매우 '속 보이는' 엘리베이터. 구조 자체도 잘 보이도록 노란색으로 칠해두었다. / 기둥과 천장을 연결하는 부위도 평범함을 거부한다.
용접이나 실리콘으로 붙이고 끝났을법한 창문도 꼼꼼하게 연결철물로 연결했다. / 인테리어 소품도 자체 제작한 디테일함에 놀람.

기둥과 천장을 연결한 것도 보통 구조로 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조차도 유리를 사용하여 부품들이 훤히 보이도록 했다. 업무타워의 진입공간도 철골 기둥과 천장을 지지하는 철골의 연결 관계가 아주 잘 보인다. 백화점 외부에서도 거대한 텐션 바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사운드 포레스트 상부의 거대한 천창을 들어올려서 바닥에 꽂아 지지하는 형태가 생각보다 복잡해 보이지 않고 직관적이라 오히려 더 재미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리차드 로저스는 디테일에서 시작하는 건축가이다. 그는 이전에 진행했던 수 많은 건축물에서도 건식공법을 활용하여 현대적인 건축물을 디자인 해 왔다. 그런 그의 마지막 작품이 여의도에 있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철골 구조를 공부하는 사람이 있거든 파크원을 꼭 가보기를 바란다. 파크원 타워의 진입 공간도 반드시 가 보기를 바란다. 이곳에 들어서면서 리차드 로저스의 건축 이념이 한 번에 확 와 닿는 느낌이 들 것이다.


3. 공간 조닝과 동선 : 전통적인 업무타워, 백화점, 호텔구성


업무타워-백화점은 지하1층에서, 백화점-호텔은 지상1층에서 연결통로로 연결되어있다. 백화점은 여의도역에서 연결통로가 있기 때문에 지하철 이용객들이 비를 맞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 업무타워

오피스 타워 1층 평면도, 오피스 진입공간 / 출처 : C3Korea

두 개의 타워를 연결하는 진입공간을 통해 시원하고 컬러풀한 로비공간으로 들어간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넓찍한 로비공간과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 카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2층에는 오피스 사용자를 위한 미팅룸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층은 대부분 오피스로 사용된다. 초고층 건물이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피난안전구역과 기계실이 위치하고 있다.

/ 백화점

출처 : 구글검색 (좌), 월간 디자인 (우)

네모난 대공간 가운데에 '섬'이 있고 '해자'로 둘러싸고 있어서 외곽에서 다리를 통해 접근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공간 구성이다. 이 공간 구조는 5, 6층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5층 중앙에 배치된 Sounds Forest라는 휴게 공간과 그 주변에 배치된 매장이 브릿지로 연결된 모습이 6층에서 시원하게 보인다. 이 두 층 밑에도 지상 1~4층 역시 같은 개념의 연속이다. 해자와 같은 void가 중심을 둘러싸고 있다. 상설 매장은 해자 바깥에, 팝업 스토어나 F&B는 중앙의 섬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void를 통해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광활한 공간에 개방감을 준다. 이 공간을 통해 다른 층의 모습을 훑어보기도 하고, 천창의 자연광을 받아들인다. 백화점 공간 디자인에 흔히 쓰는 기법이지만, 엄청난 규모 때문인지, 아니면 엄청난 규모의 녹음을 자랑하는 휴게 공간과 인공 폭포 때문인지,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사진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 호텔
B2 스파

B1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사우나 / 그랜드볼룸, 미팅룸
1F 프론트 데스크, 아트리움 라운지
3F 골드라운지
5F 다이닝 레스토랑
7F 갤러리
11F~28F 객실
29F 루프탑 테라스바

호텔 역시 일반적인 호텔의 층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수영장이나 사우나에는 힘을 크게 쓰지 않은 듯 하다. 지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여의도와 한강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보인다. 또한 객실 역시도 장방형의 면이 한강보다는 도시를 향하고 있어서 고층의 한강조망권 호텔임에도 한강을 볼 수 없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보인다.


4. MD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 아쉬움


/ 익숙한 매장 구성

B2 영패션, 스포츠
B1 식품관, 푸드코트
1F 화장품, 명품
2F 슈즈, 글로벌 컨템포러리
3F 남성 여성 컨템포러리
4F 리빙, 스포츠, 레저
5F 어린이, 가전제품, 휴게 (사운드포레스트)
6F 문화센터, F&B, 전시공간

 

층 구성은 전통적인 백화점과 다를 바 없다. 요즘 많은 쇼핑몰에서는 2,30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매장을 접근이 용이한 지상 1층이나, 아니면 지하접근로에 배치하고 있다. 더현대 역시 지하철 연결통로가 지하2층에 있기 때문에 이곳에 MZ세대를 겨냥한 매장과 SPA 브랜드를 이곳에 배치한 듯 하다.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지만, 지상에서 접근했을 때는 지하1층의 푸드코트를 지나서 더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 낯설게 느껴진다.

/ 특색있는 매장을 입점시킨 노력이 보임

코일 라면
번개장터, 리사이클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나이스 웨더

백화점 한 곳에서 특색있고 요즘 핫하다는 매장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바닥 한 층 마다 굉장히 광활하고 많은 것이 들어 차 있기 때문에 자칫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데, 가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재미있는 매장들이 층 마다 한 두 개씩 배치되어 있다.


흥미를 느낀 매장을 꼽아보자면 지하 2층의 포인트 오브 뷰 (큐레이팅 문구점), 지상 4층의 아키타입 (인테리어 소품숍)이 있다. 포인트 오브 뷰에는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특색있는 문구류들이 많다. 아이템 마다 작은 메모로 스토리를 써 둔 재미있는 매장이다. 아키타입에는 인테리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봤을 법한 세련되고 비싼 아이템들이 많다. 오늘의집 어플을 들락거리며 실제로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것이다.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못들어간 매장으로는 인공지능 무인매장인 언커먼 스토어, 어린이 유튜브 체험 스튜디오인 플레이인더 박스, 현대백화점만의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플랫폼(문화센터)인 CH 1985가 있다. 언젠가는 한 번 체험 하고 후기를 남기고자 한다. 재미와 아름다움 모두를 챙겼으나, 이상하게도 지갑이 열리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구매할 거리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쇼핑을 하러 왔기 보다는 놀이동산 온 느낌이었다. 오히려 볼게 많아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나도 광활한 건물이라 피로감이 들었던 탓일까. 손에 이것저것 쇼핑백을 들고 다닐 것이 두려워 지기도 했다. 매출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인 감상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그 밖에...


/ 눈돌아가는 매장 인테리어
인테리어를 보고 있자면 눈이 돌아가는 것만 같다. 매장마다 다른 최신의 세련된 인테리어가 시선을 빼앗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인테리어도 패션과 같이 오륙년만 지나도 금방 촌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여긴 지어진 지 몇년 안되서인지 촌스러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테리어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오면 딱인 듯 하다. 특히 지하1층 푸드코트와 지상 6층의 인테리어가 현란하고 재미있다. 컨셉이 매장마다 다르더라도 이질감 없이 서로 어울리게끔 잘 구성해서 더욱 마음에 든다.

지하 푸드 코트나 5,6층 f&b의 인테리어가 인위적이지 않고 고급스러울 뿐만 아니라 다채롭게 잘 꾸며 놓은것을 볼 수 있다. 워낙 다양한 인테리어 컨셉이 조화롭게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 구경을 하러 와도 매우 좋을 듯 하다.

/ 쾌적한 실내정원, 그러나 앉을곳이 부족
Sounds Forest 의 식물들은 인공 식물이 아니라 실제로 식재되어 키워지고 있는 식물이다. 슬래브가 약간 올라와 잇는걸 보면 토심을 확보하려고 한 듯 하다. 엄청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외부 환경에 관계 없이 쇼핑을 즐기기에 많은 사람들이 한겨울에도 외투 없이 정원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실내정원을 만들어 두었으나, 불편함을 느꼈던 이유는 앉을곳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의자들도 음료를 구매한 내역을 보여주어야 앉을 수 있다. 만약 의류만 구매했으면 금방 지쳐서 집에 가지 않을까 싶다.


/ 주말과 주중의 대비
주말과 주중에 이용하면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주중에는 대부분의 매장이 한산하다. 주말에는 그런데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복작거린다. 만약 사람 많은게 싫다면 주말에 방문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주말 (좌), 주중 (우)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리차드 로저스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건축 구조, 디테일, 그리고 상업공간까지 한방에 공부할 수 있고 쇼핑까지 즐겼으니 일석 몇조지?

국내의 백화점들이나 문화공간을 해외의 스타건축가에게 맡기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나로써는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국내에는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가 아직 없기도 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디자인을 하는 건축가에게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건축물 디자인을 맡기는 사례가 많지 않다. 언젠가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국내 설계사에서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국내 건축가들 역시 자부심을 갖고 도전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